23.02.10
오늘 아침도 별 일 없이 무탈하게 또 그리고 평온하게 출근을 하였다.
무탈하다와 평온하다 이 좋은 두 단어가 합쳐졌으니 세상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물론, 비가 오는건 조금 싫지만 그래도 지금 내리는 비 덕에 공기중에 떠있던 먼지들이 씻겨내려가니 세상 모든 일은 득이 있으면 실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아침이다.
우연히 알게 된 친구 하나가 있다,
이 친구와의 인연에 대해 얘기하자면 꽤나 복잡하지만 간단히 정의하면 나에게 있어서 꽤나 좋은 자극을 주는 친구이다.
내가 글을 매일 하나씩 쓰게 된 경위 또한 이 친구 덕분이다.
언제나 늘 "열심히" 하였고 결과는 딱히 내고 있지 않던 나에게 "언니 열심히 하려하지 말고 꾸준히 해봐! 뭐든 꾸준히가 중요한거야!" 라고 알려준 친구- 만약 이 친구가 나에게 "언니 화이팅!!열심히 해봐!!" 라고 했다면 난 아마 지금쯤 그냥 핸드폰 속에 틀어박혀 sns나 보며 낄낄 거리고 있었겠지, 하지만 열심히 보다는 꾸준히를 추천해준 덕분에 그래 뭐가 됐든 한자라도 적어보자 하고 로그인을 하게 만들어 줬고, 글쓰기 칸을 켜게끔 해주었고, 그렇게 지금 한줄한줄 적어 내려가고 있다. (thank you 명혜)
배움이란 것은 언제나 끝이 없다고 한다,
어렸을때는 엥? 학교 졸업하면 끝 아냐?? 라고 단편적으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이건 단순히 "학문적인 배움" 일 뿐이었다.
심지어 12살 초등학생하고 대화를 조금만 해봐도 배울점이 생겨버리는걸-
재현이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조카이다, 나에게 종종 잔소리도 하고 깨달음도 주는 아이) 10살때 쯤이었나? 만나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요즘 학교는 좀 어때?" 라고 물어보니 "뭐 나쁘지 않아" 라고 대답을 하고는, 이번에 친해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네 집을 가니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었다- 라고 한 적이 있었다.
'다문화가정' 요즘 많아졌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내 가장 측근의 지인이 다문화 가정일꺼란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기에 순간 당황을 했는데 아주 태연하게 "어? 베트남 사람이야? 어떻게 알아?" 라고 묻자 재현이가 "얼굴이 까맣고 한국말을 잘 못하시던걸?" 이라고 하더니 "근데 한국말은 잘 못하는데 쌀국수는 엄청 맛있게 끓여주시더라, 감사하다고 하고 다 먹었어!!" 라고 얘기를 하며 엄청 즐거워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날 저녁 침대에 누워 저 짧은 대화를 곱씹어 보다가 순간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다.
온갖 매체와 자극적인 컨텐츠들로만 접했던 다문화가정이었다. 언제나 인종차별은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인간은 모두 평등하기에 어떠한 편견으로도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으며 재현이한테도 그렇게 가르치고는 했었는데- 난 순간 내가 사랑하는 조카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말에 조금 흠칫하였다.
아니 더 솔직히 얘기를 해보자면 베트남이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편견덩어리였고, 모순덩어리였다.
겉으로는 친절한척 하였지만 친절하지 않았다.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과연 이 행동이 나와 다른 인종에게만 적용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또 그렇지도 않았다.
알게모르게 내 속에서 편을 가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아빠어디가 였나? 거기서 아이들이 외국인 친구 집에 놀러가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내 기억엔 성동일배우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었는데,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훨씬 빨리 친해지는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이 서로 각국의 언어를 유창하게 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몸짓과 눈짓으로 대화를 하였고 그렇게 조금씩 소통을 해갔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모든 편견을 버리고 아이들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한살씩 먹어가며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사람도 쉽게 친구로 만들기가 어려운데 다른 나라 사람을 친구로 받아들이기는 분명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은 '이해와 인정하기' 라고 결론이 지어진다.
먼저 나부터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을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해봐야지-
아마 꽤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 분명히 쉽지 않을꺼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또 혹자는 왜 굳이 그런 노력을 하냐고 질문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난 우물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는 않다- 현실에 안주하여 절여지고 싶지도 않다- 그럼 발전은 없고 퇴보만 있다고 생각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