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23.02.17

슈슈또잉 2023. 2. 17. 11:43

2023년 2월 17일 금요일, 드디어 한주가 끝이 났다.

 

23년2월 셋째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라고 나에게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그저 무탈하게 보냈다고 대답 할 수 있다.

나는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패턴으로 출근을 하였고, 늘 하던 일을 하였으며 퇴근을 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어제는 생각 보다 평온한 하루였다.

난 회사에 나랑 정말 안맞는 사람이 있어서 이 사람 때문에 출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데, 어제는 생각보다 무난하게 지나갔다.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없다는건 아니다, 퇴근 직전 사람을 속터지게 하더니 퇴근과 함께 분노는 사그라들었다.

 

퇴근길에는 항상 오빠와 통화를 한다.

그 통화 내용의 대부분은 내 회사 사람의 뒷담화와 나의 분노가 어느정도 인지를 알려주는 대화이다.

그리고 대부분 오빠의 공감과 솔루션들이 함께 제공이 된다.

어제의 솔루션은 기가막히는 액션영화를 치킨을 먹으며 보자 였다.

하지만 요 근래 외식을 너무 자주 하였다.

양심에 찔린 나는 치킨은 너무 과한거 같다 라고 하였지만 나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우선인 오빠는 그럼 족발을 어떻냐고 날 유혹하였고 우린 결국 족발에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테이큰을 보면서 어제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안위를 위해 이토록 힘을 써주는 사람이라니-

(그렇다고 족발에 불닭볶음면이 육체적인 건강은 주지 않지만 어느정도 스트레스는 풀어주지 않는가)

 

한 평생을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오다가 어쩌면 서로가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고 살뻔 하였는데

정말 우연적인 일로 만나서 한평생을 함께 하겠노라 약속을 한 그런 관계

 

가끔 오빠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나랑 왜 결혼 하려고 했어?"

그럼 오빠는 "아버님 장례식장에서 일이 좀 컸지" 라고 대답을 한다.

처음엔 저 대답이 딱히 맘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다.

우리 아빠 장례식장에서? 뭐야, 뭐 장례식장도 왔겠다 결혼까지 안하면 안되겠어서 결혼 한건가? 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정도 알게 된 지금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아마 이 사람은 나에게 본인이 꼭 필요할꺼라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가 바로 내 옆이라고 다짐을 했던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몇년이 흘러도 사람이 일관적으로 무슨일이 있어도 날 지켜내려고 아둥바둥 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오빠는 참 우직한 사람이다. 그리고 꽤나 한결같은 사람.

좋은건 좋다 싫은건 싫다 명확하게 표현 할 줄도 알고, 거절 또한 정확하지만 상대방 기분 상하지 않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매너 있게 다가가는 방법을 알고, 또 사람을 가식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김영훈 이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호수같은 사람" 이다.

하지만 호수는 조금 위험하다.

겉으로는 잔잔할지 몰라도 그 속은 매우 깊고 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물 속 깊숙히 들어가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난 그래서 이 사람에게 꽤나 예민하게 반응한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호수가 썩지 않도록, 고여있는 물이 제자리에만 있다가 썩은 물이 되지 않도록 나 또한 이 사람을 조금씩 흔들어 준다.

 

나는 꽤 바다 같은 사람이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고, 쉴새없이 넘실 거린다.

작은 바람이 큰 파도가 되기도 하고 쓰나미가 되기도 한다.

난 잡아먹히지 않게 조금 내 마음속에 파도가 잔잔해 지게 노력을 해야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는 편이다.

그럼 오빠가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나는 오빠를 깨워주고

오빠는 나를 잠재운다.

 

난 오빠를 흐르게 하고

오빠는 나를 차분해지게 만들어 준다.

 

나와 다르기에 가능한 일들-

우물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지만 스스로 우물 속에 들어가는 일이 많았었는데

덕분에 난 이렇게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가지 못한채로 살고 있다.

 

어제는 오빠가 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었으니

오늘은 내가 오빠의 피곤함을 풀어줘야겠지

기브앤 테이크 (give & take) 이것이 우리 부부의 생활 지침서 중 하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