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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23.02.11

by 슈슈또잉 2023. 2. 11.

23년 2월11일 토요일. 오늘의 날씨 맑음

 

아침부터 바빴던 하루였다.

평소 주말이면 늘어지게 늦잠을 자야하지만, 오늘 아침은 조금 색달랐다.

어젯밤 신랑이 자동차 정기검진을 받으러 같이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아침 9시에 나간다고 하기에 내가 그 시간에 일어나면 따라 가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오늘 아침, 난 거짓말 처럼 8시50분에 일어났고 간단하게 양치와 세수만 한 뒤 커피를 사서 조수석에 앉아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는길에 동행 하였다.

 

나와 신랑은 수다의 합이 참 잘 맞다.

오랜시간동안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떤다.

수다의 합이 잘 맞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비슷해서 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연애시절 부터 수다의 합이 잘 맞은 것은 아니다. 

데이트를 할때면 우린 서로의 다른점을 찾아 깔깔 거리기 바빴다.

나와 신랑의 다른 점은 수도 없이 많았다. 

주변 친구들은 그런다. 이렇게나 정반대인데 어떻게 연애를 하고 어떻게 결혼까지 하게 되었느냐고- 

이런 질문을 받을때마다 나는 아주 가볍게 "잘생겼잖아" 하고 넘어가곤 했지만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앞으로 함께하길 약속 할 수 있었던 것 중에 하나는 "배신 하지 않을 꺼란 믿음" 이었다.

 

과거의 내 연애 방식은 매우 이기적이었다.

너와 내가 있으면 내가 1순위였고, 내가 제일 중요했다.

상대방과 함께해서 행복한것 보다 내가 나 스스로 행복해야 하는 것이 중요했고,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그런 사람이었다.

이런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상대방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별의 이유가 매우 가지각색이었지만 그 중 공통적인 하나는 "너는 너밖에 몰라" 였다.

오죽하면 내 연애를 지켜보던 친구들 조차 "상대방에게 좀 잘해, 시간 좀 내줘" 였을까-

하지만 이 사람은 조금 달랐다.

나만의 시간을 존중해 줄 줄 알았다.

퇴근 후 집에 가 밀린 드라마를 보던 조카와 놀던, 왜 너의 시간을 나에게 할애하지 않느냐는 다그침은 없었다.

 

신랑은 매우 애주가이다. 이것은 연애때부터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술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며, 주변에 사람 또한 많이 두는 사람이었다.

그랬던지라 매우 바빴다.

나와 만나는 날이 아닌 이상은 거의 대부분 저녁 약속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때 나는 이 사람에게 그랬다. "친구들 만날때 시시각각 연락하란 말은 하지 않을께, 사람들이랑 있는데 핸드폰만 보고 있는 사람은 난 별로라고 생각해- 대신 만났다, 2차로 자리 옮긴다, 집에 간다, 집에 도착했다 이 네가지 연락만 해줘" 라고 하였고, 이 사람은 이것을 어긴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때 알았다. 이 사람 꽤 믿을만 한 사람이구나?

 

이 믿음 하나로 결혼을 하였지만 우리는 정말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맞는 구석은 10의 한두개 정도?

연애할때는 싸우지 않았는데 결혼 하고나서 거짓말처럼 기가막히게 자주 싸웠다.

 

싸움은 작은 불씨 하나로 시작이 되었지만 끝은 언제나 엉망진창이었다.

그래서 나와 신랑은 싸움이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는 싸움의 방식 마저 달랐다. 그때는 정말 맞는 구석이 없는 사람 둘이 만나서 이렇게 파멸을 맞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우린 끊임없이 대화하였다.

끊임없이 다투고 화해하고 대화하는 것을 지겹도록 반복하였다.

 

싸움이 줄어들기 시작했을때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 즈음 서로가 다른 개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살아왔던 환경이 달랐으니 사고방식이 달랐고 그러니 필요한 것 또한 같을 수가 없었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우리" 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너 그리고 내가 존재하는 것" 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신랑을 바꾸려 하기 보다는 "김영훈" 이란 한 사람으로 인정을 하였고, 대신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지켜야 할 몇가지들을 약속 하였다.

이 약속들은 너와 내가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잘 살아가겠다고 공표 하였으니 뱉은 말은 꼭 지키자는 우리의 의지였다.

그렇게 신랑은 나에게, 나는 신랑에게 지킬 수 있는 것들과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얘기하였고, 너무 부당하다 싶은 것들은 다시 얘기를 해가며 조율 하였다.

길고 긴 대화 끝에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우리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행복한 삶" 이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단지 행복한 삶 그 하나.

 

그렇게 벌써 햇수로 5년이란 시간을 함께 부부로 살아왔다.

이제 사람들은 우리에게 가끔 물어본다. "너희도 싸워?" 라고-

이런 질문을 받을때면 우리부부는 가볍게 웃으며 "우리도 싸우지" 라고 대답을 해준다.

하지만 그 싸움이 결코 의미없는 싸움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또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기까지 매우 힘들었지만 꽤나 뿌듯하다-

 

앞으로 우린 50년은 더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지금은 자식이 없이 둘이서만 살고 있지만, 앞으로 자식이 생길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부부가 아닌 부모가 된다면 또 서로에게 바라는 것들이 생길 것이고 그럼 우리는 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어떤 문제로 싸울지는 감히 예측 하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 할수 있는 한가지는 의미없는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이다.

 

서로가 서로를 나의 소유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개체라고 인지 한 후 존중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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