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유독 '함께한 시간' 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오래 알면 알수록 상대방의 모든것을 다 아는 것 처럼 행동 하는 경우들도 보았다.
정말 과연 알고지낸 기간은 중요한 걸까?
한때는 죽고 못살던 사이인 A가 있었다.
우리는 매일을 붙어 다녔고, 쉬는날에는 함께 만나 쇼핑도 하고 놀았다.
그렇게 한두해가 흐르고 점차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가고 있을 때 쯔음, A는 조금씩 선을 넘기 시작했다.
처음 나에게 선을 넘었을때 나와 다른 사람이라면 크게 한번 경고를 하고 넘어갔겠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A의 그런 행동들은 A가 늘 주장하는 "편한 사이" 에서만 하는 행동들이었다.
한번이 두번이 되고 두번이 네번이 되었다-
내 성격상으로는 충분히 눈 감아 줄 수 있었다. 그래 나 아니면 누가 받아주랴- 라는 오만함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A와 함께 하는 자리는 내게 불편함만 주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제멋대로인 성격과 (여기서 다른 사람들이란 A의 구남친들이다) 나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에게서 얻어내려고 했던 자존감들, 약속시간을 3시로 지정을 했으면 3시에 자다 일어나는 그런 행동들-
A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은 "걔는 원래 그러잖아, 난 신경 안쓰여" 라고 했지만 내 기준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이렇게 불만이 쌓이던 도중, 아주 사소한거 하나에 나는 폭발을 하고 말았다.
"그때 왜 그랬어?"
내 뜬금없는 질문에 A도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아마 나였어도 황당했을테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A의 답변은 참으로 새로웠다.
"그게 그렇게 불만이면 그때 말하지 그랬어? 왜 이제와서 그래?"
무언가로 뒷통수를 쎄게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구나, 내가 이 사람을 다 알고 있다고 주접을 떨고 있었구나 -
그렇게 우리의 10년이 넘어가던 우정은 끝이 났다.
친구들 중에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가 하나 있어서, 그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내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좁아서 서로가 서로를 건너건너 다 아는 사이이다) 내 이야기를 찬찬히 듣던 그 친구가 그랬다.
"그걸 이제 알았어?"
아 내가 바로 함께 보낸 그 시간에 연연하여 사람을 제대로 못 보는 사람이구나-
내가 사람보는 눈 하나는 끝내준다 생각했는데 그것 또한 내 착각이었구나.
그렇게 A와 나의 우정은 금이 갔고, 사람은 변하질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기에 (나조차 변하려고 노력해도 변하지 않으니) 그 뒤로 지금껏 연락 한번 없이 지내고 있다-
결혼 전 우연히 알고 지내게 된 친구들이 있다.
공통관심사는 "결혼" 이었다. 정말 결혼이 임박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게 된 오픈톡방에서 우리는 만났다.
지역, 나이, 관심분야 모두 제각각이던 사람들이 모여 단순히 정보공유를 위해 만났던 우리-
처음엔 그저 카톡방안에서 대화만 했다, 대화의 주 내용은 단연코 결혼이었고 다들 처음 하는 결혼이었기에 이리저리 짜집기 했던 정보들을 공유해 가며 6개월 정도를 온라인으로만 알고 지냈다.
그러는 와중 나와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우연히도 그 친구네 집 근처로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또 그 친구의 친구와 내 친구가 같은 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그 오픈 톡방에 있던 친구들과 오프라인으로도 다함께 만났었다. (물론 자주는 못본다, 다들 각자 애기키우느라 너무 바빠) 우리는 자주 보지는 못하여도 각자의 고민이 있으면 진심을 다해 공감해주고 들어주며 축하할 일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축하를 해준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젠 서로의 관심사가 많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만큼은 동일하다-
그리고 내가 꾸준히 글을 쓰겠다 마음먹게 해준 그 친구 또한, 결혼 전 우연히 알게 된 저 모임에서 만난 친구이다.
그 친구는 나를 진심으로 응원 해 주었고 또 진실된 조언도 서슴치 않았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나에게 조언이랍시고 하는 말들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나를 꽤나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다.
그들의 조언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잘 알아, 왜냐면 우린 오래 알고 지냈잖아" 라는 식의 판단은 상대방에게 꽤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세상에 모든것을 다 아는 것은 없다.
하물며 책도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데 (직접적인 정보전달이 목적인 사전 같은 류는 제외하고) 사람이라고 어찌 다 알겠는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 라는 속담도 존재 한다.
이것을 보면 사람이란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마치 슬라임과 같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세상에 오래 봤다고 해서 다 아는 것은 존재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