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8일
2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한살 더 먹었다며, 해 둔 것도 없는데 나이만 먹는다며 한탄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열심히 살꺼라고 다짐하던 날이 바로 며칠 전 같은데, 벌써 2월 마지막 날이 되었다.
내 하루는 어떻게 흘러 갔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난 과연 치열하게 살았을까?
그리고 어떤 하루를 보내야지만 치열하게 살았다고 당당하게 말 할수 있을까.
갓생 이라고들 많이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 운동도 하고 출근 하고 퇴근 후 학원도 다니며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들-
n잡러 라고 일컷는 그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말 그대로 하루 24시간이 짧아 잠 자는 시간도 쪼개서 자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대단하다 치켜세워주기도 하고 또는 저렇게 살지 않으면 게으른거라고 비교를 하기도 한다.
정말 나는 게으르게 살고 있는 것일까?
주말이 되면 오전 11시 즈음 느지막히 일어나 부운 눈을 겨우 뜨며 쇼파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움직이는 것은 정말 게으름뱅이들이나 하는 행위일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남들이 정의하는 그 열심히 사는 삶이 피곤해졌다.
나도 한때는 흔히들 말하는 갓생러에 가까웠다.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자부 할 수 있다.) 퇴근 후 체력을 기르겠다 매일 한시간에서 두시간씩 운동은 꼬박꼬박 했었고, 운동을 가지 않는 날에는 약속도 매일 있었다.
쉬는날에는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움직였다.
말 그대로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었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도 내 마음이 편안했다.
아니 오히려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 날에는 조금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 행동들이 버겁게 느껴졌다.
어느날 아침에는 이러다 내가 죽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데 눈앞이 핑 돌아 주저 앉기도 한 적이 있고,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순간 기절을 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몸이 힘들어진 기간이 있었다.
저 당시에는 그저 일이 힘들어서 이런거겠거니 - 했는데 (왜냐면 병원을 가도 딱히 문제점이 없었다) 우연히 방문한 한의원에서 "스트레스가 상당하시네요" 라는 진단을 받았었다.
진료를 봐주시던 한의사 선생님은 내게 일을 그만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사람에게 제일 좋은건 충분한 휴식과 좋은 음식을 먹으며 기력을 회복 하는 거라고-
예전 같았으면 "참내 난 아직 쌩쌩한데?" 하며 그저 웃어 넘기거나 무시했겠지만, 그때의 나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 길로 바로 난 사직서를 내고 퇴사를 하였다.
퇴사 한 첫날, 아침에 눈을 뜨니 꽤나 늦잠을 잤었다.
뚜렷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며칠은 온종일 게으르게 보냈다.
그렇게 한 며칠을 보냈을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나에게 무언가를 독촉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한 적이 없는데 난 집에만 있는 내가 불안해졌다.
심지어 저 당시 난 새로운 직장을 구해놓은 상태이기도 했다. 출근 날짜를 받아놓고 출근 하기 직전까지 그저 잘 쉬기만 하면 됐었는데- 그 잠깐의 휴식시간이 나에게 불안함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내가 왜 불안한지, 그리고 난 지금 잘 쉬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고
과연 잘 쉬는것은 무엇인가 고민도 해보았다-
잘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왜 쉬면 불안할까-
사실 이것에 대한 답은 아직도 내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저때 당시에도 해답은 찾지 못한채 새 직장에 출근을 하였었다.
대신, 달콤한 게으름을 알게 되었다.
퇴근 후 바로 집으로 가서 세상에서 제일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웹툰을 보고 드라마, 영화를 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행복인지 깨달았다.
아니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구나를 알게되었다.
지금 생각해보건데, 아마 저때는 쉽게 얘기하면 과호흡에서 정상 호흡으로 넘어오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나에게 맞는 박자가 있는 것인데, 저 당시 나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며 나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과대평가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난 오늘 학원 등록을 하러 간다.
어쩌면 지금도 내 자신을 과대평가 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난 이제 게으름을 피울 줄 아니까-
그리고 스트레스는 안받을 자신은 없지만 조금은 덜 받는 방법도 알게 되었으니 한동안 열심히 달려보려 한다.
36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