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4일 금요일. 길가에 꽃봉오리들이 조금씩 피기 시작했다.
봄이다.
햇빛은 따사롭고 그늘은 쌀쌀한 봄이다.
오랫동안 햇빛에 서있으면 봄햇살이 따가워 서늘한 그늘로 피신을 가는 그런
봄이 왔다.
봄을 좋아하는 이유를 얘기해 보라 하면 여러가지 이유들이 나오겠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난 "설렘 중독자" 이다.
여행을 가는 것 보다 여행 가기 전 계획을 세우고 (그렇다고 계획 대로 된 적 단 한번도 없었다)
짐을 꾸리고, 환전을 하는 과정이 더 즐겁고
소풍을 가도 소풍 가기 전날이 더 신났던 나다.
그러니, 추운 겨울이 끝나고 온통 갈색이던 내 주변 풍경이 노란색 분홍색 초록색으로 물 들 준비를 하는데
설렘 중독자에게는 매우 행복하고 또 기대되는 계절이 바로 봄인것이다.
늘 버스를 타는 곳에는 개나리 나무가 있다 (나무라 하는게 맞는거겠지?) 얼마전 까지만 해도 그냥 갈색 마른 나뭇가지 였는데 어느 순간 보니 초록색 새싹이 돋아 있었고, 또 얼마 뒤에는 노란색 꽃잎이 살짝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곧 개나리가 피려나봐! 하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었고 그날은 또 출근길이 그렇게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꽃이 폈더라
노란색 작은 개나리들이 옹기종기 쪼로록 모여 있더라
아침에 일어나 창 밖으로 오늘 날씨를 체크하는데 갈색 배경에 노란꽃이 있더라 (우리집을 거실 뷰가 산이다)
설레는 아침이다.
에피소드 하나를 풀어보자면
연애 초반에 난 오빠에게 "난 크고 비싼 선물도 물론 좋아하지만 더 좋은건 꽃을 좋아해"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 오빤 종종 꽃다발을 사다 줬었다.
물론 결혼 하고 나서는 내가 "이제 꽃 안사다줘도 돼~" 라고 했기때문에 안사다줬지만
이후로 오빠는 봄이 되면 본인이 어디를 가다가 예쁜 꽃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
난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좋아서 엄청난 리액션으로 화답을 해줬는데, 한번은 오빠가 나에게 물어봤다.
"꽃이 왜 좋아?" 라고
그럴법도 한게, 난 꽃을 좋아한다는 사람치고는 꽃이름과 꽃말도 잘 모른다
그래서 난 얘기를 해주었다.
"난 꽃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 꽃을 사다주는 자기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 좋아하는거야- 같은 맥락으로 오빠가 술을 먹고 집에 들어올때 우리 수진이 아이스크림 좋아하니까 몇개 사가야겠다~ 하고 사오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 했더니, 오빤 이해할 수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작은거에도 고마워 해줘서 본인도 좋다고 대답을 해줬던 일이 있다.
눈에 보여지는 것만이 아닌 그 뒤에 배경이 되는 것들에 설레어 하고 가슴이 뛰는 나는
설렘중독자이다.
매 해 계절이 변할때 마다 이번 계절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올 봄은 얼마나 예쁠까 하는 마음에 기분이 한층 업되는 나는 설렘중독자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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