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한지 벌써 8일이 지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6월30일이 마지막 출근날이었지만, 인수인계가 다 끝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7월3일에 퇴사를 하였다.
퇴사 후 늘어질 것 같은 내가 싫어 운동을 등록 하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 하였다.
그러다보니 백수임에도 불구하고 난 11시에 침대에 누워 늦어도 12시에 취침을 들어가며, 아침 7시에는 기상을 하는 삶ㅇ을 살고 있다.
생각보다 규칙적으로 지내고 있어서 그런가? 이대로만 하면 내가 뭐든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호기롭게 유투브를 해보겠다, 내 꿈은 영상편집자 였다며 요 며칠 영상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지 저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나 지금도 몇번을 해보다 에라이 하고 꺼버렸다.
그렇게 멍 하니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다 오랜만에 일기를 써볼까 하고 들어온 티스토리
분명 초반엔 매일매일 써야지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왜냐면 내 매일매일은 늘 똑같으니까
저번주 일요일, 그러니까 7월9일은 우리집 강아지 생일이었다.
생일을 맞아 가족들끼리 (그래봤자 나랑 신랑 그리고 우리 강아지이다) 태안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다녀온 이후로 강아지가 기운이 없다.
워낙 집을 좋아하는 녀석이고, 외부 환경 변화에 스트레스를 좀 심하게 받는 편이라 원래 여행을 다녀오면 하루 정도는 설사를 하고 밥을 안먹는데 (컨디션이 안좋으면 소화기관에 영향을 주나보다) 이번에도 역시나 어제부터 해서 하루종일 힘들어 한다.
배는 꾸룩꾸룩 거리지 비가 와서 날씨는 습하지, 입맛은 도는거 같은데 (내가 치즈를 먹으면 옆에 와서 구경한다) 먹으면 또 설사를 할 것 같으니 애써 외면하는 저 작은 생명체를 보면 참 짠하기도 하고 대견하고 또 기특하다.
비서는 워낙에 성격이 독립적인 강아지라 사람 옆에 잘 안있으려 한다. 잠을 잘때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내 옆에서 자려고 하지 않는데 어제는 내 옆에서 자고, 컴퓨터 앞에 있을때면 무릎에 올라와 있었는데, 지금은 컴퓨터방 앞에서 그냥 엎드려서 쉬고 있는거 보면 그나마 어제보다는 상태가 많이 나아진 것 같다.
비서를 처음 데리고 올때, 이 세상에 전부를 보여주지는 못하겠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겠다 약속 하였다. 멋모르고 키웠던 예삐처럼 좁은 내 공간 안에서만 살게 두지 않겠다고-
그래서 산으로 바다로 계절이 바뀔때마다 거창하고 호화스럽지는 않지만 소박한 여행을 다니는 편인데, 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 처럼 다녀오면 컨디션이 좋을때가 있고 나쁠때가 있으니 참 어렵다.
어렸을때는 조금 시끄러워 잠을 못자면 다음날 설사파티를 해둔 적이 몇번 있었다. 이건 비서가 조금씩 커가면서 본인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 할 수 있게 되어 이런 일은 이제 없는데 (집에 손님이 많이 찾아오면 안방에 본인 침대로 가서 잠을 잔다)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또 여기서 고민이 하나 생긴다 "과연 비서는 여행을 좋아 하는 것인가"
단순 내 욕심으로 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여행을 다녀온 뒤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면 비서는 모두 웃고 있는 표정이었는데, 내 착각 이었던 걸까
어렵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게 양육인거 같다.
그게 동물이던 사람이던 식물이던간에 무언가를 돌보고 키우는 것은 너무 어렵다.
특히나 저 작은 생명체가 까만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 난 이상한 기분에 마음이 울렁거린다.
아주 약간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애 키우는것도 아니고 개 키우는거에 엄청 유난이네" 라고 말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없다면 너무 다행이고)
그럼 난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당신들은 누군가에게 내 마음 온전히 쏟아본 적이 있나요? 라고